멀어지는 순간에 고하는 작은 아름다움

가슴을 후벼파는 가사와 벌어진 상처를 흠뻑 적시는 멜로디로 대중에게 각인된 넬이 아홉 번째 ‘넬스러움’을 가지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뚜렷한 개성을 추구하며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특유의 감성을 빗대어 붙여진 ‘넬스러움’. 앨범 발매가 거듭될수록 그들의 넬스러움은 더욱 견고해졌고, 이제 넬스러움은 하나의 수식어를 넘어 모던 록을 관통하는 하나의 장르적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

넬은 아홉 번째 정규 앨범 『Moments in between』에서도 또 다른 넬스러움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 이번 앨범은, 관계 형성의 순간부터 끝내 종착지에 도달하고야 마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계 속 발생하는 다양한 순간을 노래하는 개별 트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구성을 넬스러움으로 녹여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레전드매거진 10월호에선 컴백 콘서트를 마치고 팬들과 소통하며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넬을 어렵사리 만나, 작곡과 보컬을 담당하여 밴드의 정체성을 책임지는 프런트 맨 김종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함성이 없는 공연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네요. 관객과의 시너지 면에서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팬분들을 만날 수 있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의미깊은 시간이었어요.

8집 『COLORS IN BLACK』 앨범 발매 이후로 2년 만에 뵙는 거 같아요! 그동안 무엇에 집중하며 보내셨나요?
『Moments in between』 앨범 제작. (웃음)

하하, 지난 9월 『Moments in between』의 발매와 동시에 기념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고대하던 팬들과의 만남이었지만 거리 두기로 인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반가움과 아쉬움이 공존하던 당시의 순간을 떠올려주세요.
함성이 없는 공연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네요. 관객과의 시너지 면에서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랜 만에 팬분들을 만날 수 있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의미깊은 시간이었어요.

이번 콘서트가 더 특별했던 점이 있었다면요?
앨범 발매 공연이었기 때문에 신곡을 모두 라이브로 들려드릴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특별하지 않았나 싶어요. 재원이가 보여준 깜짝 MD 패션쇼도 특이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사람의 하모니가 넬이고, 우리가 하는 것이 곧 넬스러움이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죠.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음악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많았을 텐데,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넬스러움’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음악에 대한 고민은 늘 하는 것이라 코로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 오히려 음반 작업을 통해 암울한 시기를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넬스럽다’란 부분은 아마도, 짧지 않은 시간을 저희 넷이 함께 해왔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해도 자연스럽게 저희의 컬러가 묻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싱글 발매가 잦은 음악 시장의 판도를 깨고 정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풀 렝스(Full-Length)로 구성되어야 이야기를 온전히 전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어요. 하고픈 이야기가 많았을 텐데 최종적으로 수록곡을 추리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요? 또 컨셉 유지를 위한 제약은 없었는지도 궁금해요.
스토리와 감정의 흐름에 중점을 둔 앨범이었기 때문에 개별 곡이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앨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흐름을 가장 효과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곡들로 추리게 되었어요. 그 이유로 표현의 제약이 생겼다기보단 하나의 큰 그림을 위해 사용되는 개별 재료의 손질 방법이 좀 까다로웠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OCAL | 김종완

결성 멤버 그대로 활동을 이어오는 밴드는 해외에서도 손에 꼽는데요. 넬은 지난 22년간을 한결같은 멤버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체성 유지를 위한 내부적 합의점과 외부적 검증에서 오는 고충이 그야말로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내기 위해선 (음악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내부적 합의는 수많은 대화와 서로에 대한 설득 그리고 논의로 해결하고 있어요. 외부적 검증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뿐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8집 『COLORS IN BLACK』에선 감정의 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지고 싶었나요?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주는 씁쓸함’일 것 같습니다. 외면하고 거부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 과정 속에 직면한 화자가 느끼는 감정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한편으론, 싱글이 아닌 앨범이 주는 재미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고요.

GUITAR | 이재경

우연처럼 부딪힌 만남(Crash)으로 시작하여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Sober)로 끝을 맺는 『Moments in between』에는 10가지 형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관계의 순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에 크기가 있다면, 본인에게 가장 큰 관계성을 부여하는 트랙은 어느 것인지 말해주세요.
곡들이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곡을 선택하긴 어렵지만, 개인적인 성향에 비추어보면 ‘위로’ 라는 곡이 아닐까 싶어요. 굉장히 아름다운 것 혹은 순간을 마주했을 때 ‘이것도 다 시들어가겠지.’란 생각에 슬퍼지는 경향이 있어서…

타이틀곡 중 위로는 ‘위로’가 될 만큼의 아름다움을 가진 동시에 불행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길’ 이란 정서적 대비를 담고 있어 인상 깊어요. 의도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번 앨범은, 불협의 순간에 상처 입고 좌절한 이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넬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의도치 않은 순간’에 대하여 대처하는 자세나 위로받는 나만의 길이 있다면?
개인적으론 감정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넬로서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네명 모두 감정적이 되어버리면 정말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지만요.

BASS | 이정훈

녹음 과정에서 실수였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든지, 장난삼아 연주한 애드립이 만족스러워 채택하는 등 직접 제작에 참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은데요. 어떤 트랙에만 집중했을 때 들을 수 있는 ‘비밀’ 이 있다면 구독자분들과 은밀하게 공유해주세요!
비밀까진 아니지만 Don’t Hurry up의 기타 라인을 좋아합니다. 피아노와 보컬에 워낙 집중되는 곡이라 기타가 부각되진 않지만, 앰비언트 기타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들어보면 정말 천지 차이라는 게 느껴져서.

『Moments in between』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 한 곡과 앨범에 대한 총평을 내리신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위로’이고, 앨범에 대한 총평은 “2020~2021의 넬”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DRUM | 정재원

재경님이 자주 스포일러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웃음) 다른 멤버들은 팀에서 어떤 임무를 맡고 있나요?
재경은 스포, 재원은 달리기, 정훈은 (스페이스보헤미안의)대표, 전 허리 디스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노후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한데요.
은퇴 이후의 삶을 의미하는 거라면 와닿지 않고, 여전히 음악을 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거나 혹은 더 큰 음악적 열정을 유지하며 실력적으론 더 발전한 형태로 살아가고 싶어요.

 Moments in between 넬의 더 자세한 인터뷰와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는 오프라인서점 및 아래 온라인 E-Book서비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레전드매거진 10월호 vol.32
조인스프라임 https://vo.la/aCvmn
모아진 https://vo.la/8UGoj
리디북스 https://vo.la/JkM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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