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민과 재환》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망해 온 작가 주재환과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주호민 부자의 2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 중인 두 작가의 작품 세계가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이들이 공유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즉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가 세대를 거쳐 어떻게 진화하고 다르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두 작가의 이야기 전달 방식의 공통분모로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을 상정하고, 각자의 개성과 매체적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이야기 전달 방식’에 주목한다. 주재환의 작품에서 텍스트는 시적 메타포를 지니며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을 촉발시킨다. 반면 주호민의 작품에서 이미지는 칸으로 나열되고 텍스트는 말풍선 속 대사로 구성되는 등 서술적 측면이 강조되어 독자에게 영화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인간은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라 불릴 만큼 이야기 본능을 가진 존재이다. 말을 할 수 있게 된 어린아이는 본능적으로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미술과 웹툰 이라는 한다.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에 따르면 우리가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세계와 관계를 이루고, 우리 삶을 현실과 조화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재환과 주호민 부자에게 있어서 역시,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하고자 하는 본능 혹은 노력의 발현인 셈이다.

《호민과 재환》은 아버지와 아들, 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입장과 장르에 속한 화자들이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관객은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두 작가를 바라보고 이들 주변과의 관계성까지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두 부자의 이야기를 넘어서, 작가와 관람객 그리고 관람객과 관람객이 나누는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길 바란다.

민중 미술의 주재환과 웹툰 작가 주호민.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만남이라는 것 외에도, 두 사람이 부자지간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는데요. 이번 전시를 제안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재환 : 호민이는 성공한 웹툰 작가로, 특히 〈신과 함께〉가 영화화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잖아. 나는 미술계 일각에서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재환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해. 그런 상황에서 전시를 제안받았을 때, 호민이의 웹툰과 나의 작품이 만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 미술관 측에선 그런 부분에 주목한 게 아닌가 생각을 했지.
호민 : 아버지는 그림을 오래 그리셨고, 저도 만화를 그려왔기 때문에 전시가 가능하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막상 제안을 받았을 때는 내키지 않았어요. 만화라는 매체가 벽에 걸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벽에 걸렸을 때 어색하기도 하고. 단순히 그림을 확대해서 걸어놓은 전시에서는 큰 의미를 못 느꼈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꺼려지는 부분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학예사님께서 이미지보다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기획을 잡아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걱정과 달리 전시를 통해 효과를 발견한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호민 : 사실 저는 제 만화를 지겹게 보고 그려와서 별 감흥이 없어진 면이 있는데… (웃음) 완전 새롭게 느끼는 분들도 꽤 계신 것 같더라고요. 몇몇 장면들로만 추억하다 작품을 다시 접해서 그러시는 것 같고, 또 10~15년이 다 된 작품이다 보니까 실제로 아예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부분이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고요.

만화는 그리던 시절의 생각들이 박제되어 있잖아요. 옛날 작품을 살펴보며 당시 관념들이 떠오르기도, 새삼 제 생각이 얼마나 변했는지 실감하기도 했어요. 또 제 그림이 미술관에 걸려있는걸 보니까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주재환 선생님께 질문입니다. 《호민과 재환》에 출품한 전시물은 어떤 기준에서 선별하셨나요? 그간의 작품 활동이 많아 고심도 크셨을 거 같아요.
재환 : 내가 몇십 년 동안 해 온 것 중에서, 외부 소장품도 있을 것이고, 개인 소장품이나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작품도 있는데, 거기서 전시 의도에 맞는 것들을 골라서 했지. 왜냐면 내가 만든 작품 전부를 내려면 전시장이 좁아요. 걸고 싶은 게 많은데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실지 ⅓ 정도는 못 걸었어. 그래서 큐레이터와 의논해 가며 공간에 맞는 작품을 선정해서 출품을 한 거지.

두 분의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호민 : 전시장 입구의 초상화가 그런 느낌이지 않나 싶어요. 사실 제 얼굴은 노리고 만든 게 아니라 만들고 나니 제가 완성된 것이라고 해요. 저도 거기에 대응되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생각해 보니 아버지의 얼굴을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더라고요. 그런 작품의 비화들이 재미있게 느껴지고 저희 부자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는 거 같아요.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다〉

전시를 시작하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다〉에선 주재환 작가의 이야기 전개 방식에 주목한다. 그는 제목이나 작품 안에 구체적인 단어나 문장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 보통의 회화에서 터부시되는 이러한 방법으로 관객은 큰 어려움 없이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또 만화적 요소를 차용해 시간을 나열하고, 친숙한 사물에서 의미를 끌어내 작품 안에 배치하기도 한다. 이는 민중 미술 작가로서 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편, 관객에게 그의 의도가 무겁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 여기, 그리고 너머의 세계〉

두 번째 전시관인 〈지금 여기, 그리고 너머의 세계〉에선 세상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관점이 본격적으로 교차된다. ‘지금 여기’는 현실을 의미하며 동시대를 겪어온 작가의 고민을 풀어내고 있으며, ‘너머의 세계’는 현실을 초월한 죽음의 세계와 신화 속 세계에 대한 두 이야기꾼의 해석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다〉

주호민 작가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다〉는 박제된 그림이 아닌 이야기 서술의 장치로 이미지를 전개하는 주호민 특유의 방식을 살펴본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을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 속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감 가는 캐릭터. 영화적 연출과 만화적 구성 요소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서술하는 스토리텔링에 주목한다.


아쉽게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스팅 앱의 [지난전시]를 통해,
주호민 작가가 전하는 생생한 큐레이팅을 들을 수 있으니 전시장을 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구독자라면 참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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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매거진 8월호 vol.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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