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미술관은 2021년 4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Solid City 솔리드 시티-#도시#사람#공간》전을 개최한다. 지난 두 번의 도시 주제 전시에서는 도시를 배회하는 산책자(flâneur)의 관점에서 도시를 관망했으며, 대도시의 외현을 구성하는 빛과 색채를 담아낸 작품들을 모아 선보이기도 했다. 시리즈 전시의 세번째 기획인 이번 전시에서는 단단히 구축되어 있는 도시, 특히 도시 서울의 사람과 공간이 만들어가는 미시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서울은 인구 약 960만여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로 고층 빌딩과 대단지 아파트를 비롯 옛 모습을 간직한 원도심, 낡은 주택가, 크고 작은 공장지대,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험준한 산과 너른 강을 끼고 있는 등 복잡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서울이 집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여 현재의 모습을 이루는 데에는 약 반세기 정도의 시간만 필요했을 뿐이다. 빠르게 흘러가버린 시간만큼 서울의 사람들은 짧은 시간 동안의 흥망성쇠를 겪었다.

발전하고 쇠퇴하고 다시 세워지는 동안 그 시간을 고스란히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천천히 쌓여갔다. 성장을 담보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 생활은 팍팍할 따름이지만, 불확실한 성공을 꿈꾸며 도시에 기대 하루를 일궈가는 사람들에 의해 서울의 생명력이 유지된다. 도시를 하나의 큰 건축물로 상정했을 때 솔리드한 구조 내부를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 공간, 그리고 산재하는 현실의 이야기일 것이다. 발전 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낡아진 서울을 다시 파헤치고 세우고 고치며 도시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동안, 도시에서 활동하는 어떤 창작자들은 예술 활동을 통해 도시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들어간다.

오늘날 서울은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돌입하였으며 산업구조의 변화, 자본주의 경쟁 체제의 심화로 세대간 불화, 빈부격차 등 무수한 갈등 상황으로 들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터졌으니 도시의 삶은 점점 더 녹록지 않아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갈등 상황이 가장 심화되거나 가장 낙후된 곳, 빛을 잃은 곳을 예민하게 감각하는 창작자들의 시각과 활동을 통해 도시 서울의 내면을 조금 더 상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도시를 실제 만들어가는 것은 서울의 골목골목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이다. 도시가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더 이상 궁지에 몰아넣지 않고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으로만 성장 동력을 세우지 않도록, 이번 전시에 풀어놓는 사람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건강한 도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이후의 담론들을 이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

인구 천만의 도시, 신도심과 원도심이 혼재한 장소, 험준한 산과 너른 강을 보유한 도심,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역, 전쟁이 아직은 끝나지 않은 나라의 수도.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서울의 모습이다. 서울은 전후 재건 과정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서울은 어떤 이해관계를 품고 발전했을까,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서울의 정체성을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

공간의 정체성은 공간의 이용자들에게서 나온다. 수많은 시민이 바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곳은, 그 이용자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의 해석이 존재할 것이다. 《솔리드 시티》는 미술, 건축, 영화, 안무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9팀이 참여,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은 어떠한 모습으로 비치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구조물로 가득 찬 도시, 단단히 구축된 이해관계의 틈새를 부유하는 사람들에게 비친 공간의 정체성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 나의 시선과는 아주 다른 괴짜들의 관점, 아니 어쩌면 우리네 이야기와 상당히 흡사한 소시민의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읽고 흥미가 생긴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된 서울의 모습을 직접 살펴보는 것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이로써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박혜민 & 김수환의 〈HPARK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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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찬의 〈불쾌한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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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길을 통해 염원을 바라는 마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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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무가이자 영화감독인 송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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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웅은 을지예술센터를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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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환 & 장성건은 각각 영상과소리의 영역에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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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래동에 자리하여 15년 이상 생존해 온 송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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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의 이야기, 수집된 사물을 모토로 하는 아마추어 서울
2016년부터 후암동에 자리를 잡은 후암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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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매거진 7월호 vol.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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