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하고 싶지 않지만 따라 할 수도 없는 유일무이 그룹
NORAZO | 노라조

누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처음 접하는 것에 낯선 느낌을 받는다. 겉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에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늘 한결같은 모습을 마주함으로써 그 자체를 인정하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숨듣명’, ‘컴눈명’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과거 난해한 콘셉트와 가사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곡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유명 채널에서는 당시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며 그때의 추억을 불러일으켜 숨듣러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열광케 했다. 다양한 콘셉트의 부캐 열풍과 더불어 드디어 그들이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반세기 앞선 콘셉트를 굳건하게 밀고 나가 ‘존버는 승리한다’를 명백히 증명해 보이며, 그 자체로서 장르화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콘셉트 장인 노라조가 있다. 그들은 긴 시간의 인터뷰 동안 반전 매력이 아닌 그야말로 노라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투머치토커 조빈의 활약으로 다음 인터뷰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모두들 알고 계시지만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조빈 | 저는 노라조에서 비주얼을 맡고 있는. 그 비주얼은 여러분이 상상하시기 나름이고요. 반갑습니다. 조빈입니다.
원흠 | 저는 노라조의 영원한 오른쪽이고 싶은 원흠입니다. 반갑습니다.

왼쪽을 탐내시는 것 같던데
원흠 | 이제는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오른쪽이라도 잘 사수하자.
조빈 | 원흠 씨가 왼쪽으로 오면 제가 좀 더 왼쪽으로 가면 되죠.
원흠 | 그러더라고요.(웃음)

신곡 ‘야채’ 발매 이후 야채 음료 광고까지… 광고 음악 만들다가 음원 출시한 거 아니냐라는 말들도 많아요.(웃음)
조빈 | 야채 같은 경우는 저희가 길게 활동하려고 만든 곡은 아니었어요. 보통 아이돌과는 다르게 노라조는 직접 찾아가서 곡을 알려드리는 팀에 가깝다 보니까 행사를 많이 다니게 되었고 그 때문에 싱글 사이에 텀이 항상 길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행사들이 사라지다 보니까 그 텀이 저희한테는 더욱 길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그 사이에 뭔가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짧은 기간 가볍게…

아 가벼운 거였군요?(놀람)
조빈 | 네. 간식 같은 개념으로.
원흠 | 사실 가볍고 무거운 게따로 있다기보다는 ‘빵’ 이후에 여름을 겨냥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시간이 너무 많이 뜨니까 야채를 내게 된 거죠. 때문에 여름 신곡으로는 조금 더 빨리 찾아 뵐 것 같네요.
조빈 | 야채 때도 마찬가지였고, 보통 발매날부터 2주 빠르면 3주 정도 미리 보도기사가 나가거든요. 그때 하루에 먹는 야채 음료 쪽에서 운 좋게…
원흠 | 음료 회사 측에서도 신곡 발매하는 시기랑 맞춰야 홍보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저희가 발표를 하자마자 바로 컨택을 해 주셨어요.
조빈 | 그 내막을 모르시는 일반분들은 ‘불과 며칠 사이에 저렇게 나온다고?’ 생각하실 수 있죠. 저희가 신곡 발표할 때쯤 회사 광고팀까지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해요. 이후 신곡 콘셉트에 부합하는 브랜드나 관련 대행사들과 미팅을 하는 거죠. 물론 저희 무대를 보시고 흥미를 느끼신 관계자분들께서 자연 발생적으로 연락을 해 오실 수 있겠지만, 어떤 새로운 일을 발생시키기 위해선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찾아오지 않잖아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NORAZO=DK?
조빈 | DK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예전 회사에 소속되어 있던 여성 멤버가 지인이라며 그의 데모를 건네줬을 때부터였어요. ‘아들아- 지구를 부탁 하노라’ 이러는데, 처음엔 이게 뭐지 했죠. 그런데 녹음을 해 놓고 보니까 그 노래를 이길 만한 건 없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어떤 주문을 한 것도 아니고 슈퍼맨이란 곡을 오롯이 받았잖아요. 심지어 누굴 통해서 받은 건데 노래가 잘됐어. 생긴 것도 멀쩡하고, 성격은 되게 내성적인데 곡은 또 이런 게 나와. 얜 뭔가 독특해 그랬죠.

고등어 때도 다른 노래지만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 보니 슈퍼맨과 소름 끼치게 똑같은 노래로 화제가 됐었어요. 나중에는 저희도 고등어 반주에 ‘아들아-’를 외치면서 슈퍼맨 가사로 바꿔 불렀더니 거기에 사람들이 또 빵빵 터지더라고요. 연이은 흥행으로 어느 순간 이 사람한테 곡을 맡기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지금까지도 노라조 노래는 5 음계 안에서 C minor 코드로 정해놓고 곡을 만들다 보니 이와 비슷한 진행의 노래가 나오면 노라조 스타일인데?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처음부터 그런 얘기는 했었어요.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노래는 왠지 노라조 스타일이야.’라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다고.

확실히 DK는 요즘 트렌드에 있어서도 굉장히 빨라요. 현재 유행하는 요소들을 접목한 노라조만의 콘텐츠들을 기획하죠. 최근에 진행한 ‘빵 리믹스 콘테스트’도 DK 아이디어예요. 그전에 12시간 라이브 방송 같은 경우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제가 열몇 시간씩 떠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DK는 이미 파악을 한 거죠. 정말 장시간 쉬지 않고 얘기를 하다 보니 아침에 출근했다고 인사하셨던 분이 회식 끝나고 와서 또 인사하셨었죠.

원흠 | 아휴 저도 그때 방송에 출연은 하지 않았지만 집에서 다 보고 있었거든요. 한 두세 시간 지나면 텐션이 떨어지겠거니 했는데 점점 올라가더라고요. 결국 열한 시간을 넘기고도 오히려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이거 안 끝나겠다 했죠.

조빈 | 사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되나 했는데 여덟, 아홉 시간 넘어가니까 점점 익숙해지면서 몸이 자유롭게 풀리더니 열한 시간 반부터는 거의 미쳤었어요. 어느 순간 제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도 알게 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DK에 대한 믿음이 있죠.

강한 콘셉트에 대한 강박이나 부담은 없나요?
조빈 | 강박보다는 더 강력한 걸 느껴보고 싶은 갈증이 더 커요. 지금까지는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단순히 저희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왔다면, 그 아이디어에 자금도 붙고 더 좋은 인력이 붙어서 “와 진짜 미쳤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표현하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강력한 무언가가 나오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는거죠. 예를 들어 덱스터 스튜디오와 함께 영화 ‘신과 함께’ 같은 세계관의 강력한 판타지 VFX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 볼 수도 있고요. 좀 더 확장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저희로선 설레죠. 물론 지금처럼 힘든 시국에 더 큰 에너지를 드리고자 그 이상의 것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부담과 그걸 또 어떻게 구현해낼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재미있어요.
원흠 | 콘셉트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노라조의 그런 강한 콘셉트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가 120% 이상이 보여졌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 저희 무대를 보시고 ‘어떻게 저렇게 매번 신나고 열심히 하는 무대를 보여주지?’라고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게 또 저희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항상 100%는 물론이고 120% 이상을 보여드리려 노력하죠.

저세상 비주얼 : 그 가수에 그 스태프
조빈 | 아무래도 노라조 무대 할 때는 안무도 있고 활동도 해야 되다 보니 의상이 말도 안 되게 헤비해질 순 없어요. 그런데 《백파더 : 요리를 멈추지 마!》 때는 좁은 무대 안에서 음식 재료를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까 활동성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죠. 재료가 국수다 그러면 옛날 국수 포장하듯 종이 원통 있잖아요. 그 안에 제가 국수가 되어 들어가요. 그러면 팔다리를 거의 못 움직이죠. 또 매주 방송을 하다 보니 스텝들도 매주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되는 거예요. 실제로 의상을 자르고 뜯는 것도 스텝들이 다 맡아서 하니까 이 백파더는 그 친구들이 “저 못하겠는데요.” 하고 손 떼 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안되는 거예요. 가끔 생각했던 것과는 의상이 다르게 나와 생방 끝날 때까지 아픔을 참아야 하는 고충도 있지만 그들이 이 의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지가 느껴지니까 그런 고통은 참아내는 거죠. 그만큼 백파더 출연은 가장 뜻깊은 기억이고 또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기도 했죠.
원흠 | 형이 항상 저 보다 센 의상을 많이 입잖아요. 매회, 매주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와 형 오늘이 레전드다.” 라고 했는데, 그다음 주 되면 “흐억 오늘이 레전드다!” 매번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노라조 - 10년 후… (feat. Genie)
조빈 | 10년 후라… 10년 후에 눈 한 번만 깜빡하면 거의 환갑 될…
인공지능스피커 | 정.말.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조빈 | 그래 나이 먹는 건 내가 먹어야지.
전체 - (웃음)
원흠 |
제가 항상 형 환갑잔치, 칠순잔치, 팔순잔치를 콘서트 무대 위에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요. 음악이 변하고 퍼포먼스도 조금 달라지겠지만 그때도 지금의 노라조 느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빈 | 저는 항상 50이 되든 60이 되든 계속 트렌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길 원하거든요. 나이 들어 원로로서 인정받는 게 아니라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스페이스 판타지의 이박사 님처럼 70세에 앨범을 냈을 때도 그 당시 트렌드에 맞는 아니면 더 앞서가는 무언가를 하면서 늙고 싶은 거죠. 물론 그때 되면 날이 좀 무뎌질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갈고닦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잘 다져놓아야 되겠죠.
원흠 | 우스갯소리로 노라조는 50년 앞서가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10년 뒤에도 50년 앞서가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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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매거진 7월호 vol.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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